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더욱 영화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건, 마치 극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일 것이다. 주위를 둘러싸는 입체적인 사운드는 '돌비 스테레오'라는 특별한 기술을 영화에 적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영화관의 사운드를 가정용 AV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DSP 개발의 시발점이었다.

가정용 음향규격(돌비 서라운드) 발표와 더불어 'AV 리시버'라는 개념이 처음 나온 1980년대 중반, 음향 메이커로서도 생소한 분야였기에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는 업체는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첫 제품을 선보인 곳은, 반도체 제조기술력으로 PC시장을 주름잡던 NEC였다. 그러던 중 1986년 전자악기를 생산하며 디지털 사운드 처리기술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지닌 야마하가 음장칩 (Sound Field Processor) DSP-1을 생산했고, 이듬해 이를 개량한 DSP-3000을 내놓으면서 시장 석권과 더불어 음장 기술을 축적하게 되었다. 야마하에서 개발한 DSP-1은 '초기반사음'과 '잔향감'을 이용해 '음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칩이었다.

야마하는 1987년 기존의 돌비 서라운드 방식과 방향성을 강조한 회로를 추가해 돌비 프로로직을 개발했으며, 돌비 프로로직과 더불어 1990년대 중반까지 야마하 독자 방식인 '시네마 DSP'를 개발하며 기술을 인정받았다. '시네마 DSP'는 디지털 음장 처리과정 (Digita Sound Field Processing)으로 세계의 유명한 콘서트홀, 교회, 재즈바 등에서 얻은 음향 샘플을 응용해 다양한 음장을 재현하는 서라운드 기술이다. '시네마 DSP'는 야마하가 10여 년 동안 축적한 기술로, 음장의 장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후, 디지털 음향포맷인 돌비 디지털 5.1과 DTS사의 DTS 시스템이 보급되면서도 DSP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요즘의 AV 리시버에는 DSP 음장모드가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다. 음향 기술의 발달로 DVD 타이틀에 저장된 음향 소스가 뛰어난 탓도 있겠지만, 총체적 기술력이 축적된 DSP 기술이 사용자에겐 별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카루소가 작은 방에서 녹음한 모노음반을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대형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재현해낸다면, 놀랍고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의미의 DSP는 전자회로 설계에 사용되는 'Digital Signal Processor'의 약어로, 디지털 신호를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집적회로를 말한다. 하지만 AV 시스템에서는 디지털 음장 처리과정 (Digita Sound Field Processing)을 의미하고, AV 리시버에서는 'DSP 서라운드 프로그램(DSP Surround Program)'의 약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1986년 야마하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DSP는 유럽의 유명 성당이나 재즈바, 콘서트홀 등에서 음향 샘플을 수집하고, 분석작업을 통해 집적회로를 설계하여 하드웨어적으로 그곳의 음향을 재현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야마하 엔지니어들은 여러 장소의 음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싱글 포인트 쿼드 마이킹(Single Point Quad Miking)'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세계 곳곳의 공연 명소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 칩에 저장했다.

시네마 DSP하면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트라이필드 시네마 DSP인데, 이것은 시네마 DSP를 이루는 기술로, 사실적인 3차원 입체 음향을 제공한다. 이는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3개의 사운드필드를 홈 시어터 앞에 펼쳐 놓아 사운드의 위치감을 살려 더넓은 음장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화면을 보고 소리를 듣고 있다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마치 화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면의 사운드필드는 대사, 음악, 효과음 등을 내주고, 뒤쪽의 좌,우 서라운드 사운드필드는 서라운드 환경을 형성하여 3차원의 사실적인 입체음향을 제공한다. 트라이필드 시네마 DSP는 소프트웨어적으로 구동되는 것으로서, 시네마 DSP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적회로 등과 같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수집된 음장을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는 트라이필드 시네마 DSP와 같은 사운드필드 소프트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